어떤 출산

  내 거처에 멧비둘기 한 쌍 날아와 둥지를 짓더니 보얀 알을 낳았네 하루에 한 알 다음날 또 한 알, 알을 낳을 때 어미는 너무 고요해서 몸 푸는 줄도 몰랐네 성긋한 해산자리 밖으로 일렁이며 흘러넘친 썰물…… 알 속의 아기는 한 살인가 어쩐가 지금쯤 겨드랑이가 간지러울까 어떨까 뜻밖의 식구에 골몰하다 갑자기 든 생각은, 실은 발가락도 날개도 다 만들어진 다음인데 반가사유로 알 속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 건 아닐까 나가야 할까 어쩔까 세상 밖은 정말 세상 밖인 걸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그 다음엔 왠지 좀 억울한 것이 나는 아무래도 반쯤은 쫓겨난 것만 같아, 알로 나를 낳아주고 세상 밖으로 나갈지 말지는 저처럼 내게 맡겼으면 좋았을걸 싶어지는 거였네 멧비둘기 부부는 무량하게 알을 품지만 다만 그뿐 강요란 없어서…… 열이레가 지나고 알 하나에 고물고물한 아기가 나왔는데 다른 알에서는 소식이 없었네 엄한 생각 탓에 동티난 건 아닌지 갑자기 내 마음이 덜컥거렸는데…… 이틀을 더 품어 보던 멧비둘기 부부가 묵언 중의 알 앞에 마주 앉아 껍질에 가만 부리를 대보던 오후가 있었네 너무 고요해서 나는 못 들었지만, 세계의 바깥이 아니라 안쪽을 선택한 아기에게 축복의 말을 주는 듯했네 알 속의 그가 선택한 탄생 이전이 그것대로 완전한 생임을 알고 있는 눈치였네…… 자기가 선택한 세계 속에서 온몸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보얀 알과 멧비둘기 부부의 극진한 고요 앞에 합장했네 지상의 새들이 날 수 있다는 건 자기 선택에 대한 최선일 뿐 모든 새가 날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자고 일어나면 배 밑에 가시풀 같은 깃털이 묻어 있는 열아흐레였네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by love | 2011/12/24 11:02 | 수집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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